MYARTS

  • 작가명 : 이효연, 캔버스  유화 72.7 x 91cm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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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노트
Hey Mr. Lonely <@가나아트센터>

빠르게 변하고 바쁘게 잊혀지는 일상 속에서 난 가끔 현기증을 느낀다. 만나고 헤어지고 스치는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 좁혀지지 않는 거리가 있다. 사람에 따라 그 거리는 좁기도 덜 좁기도 하지만, 어느 누구도 그 거리를 없앨 수는 없다. 그곳엔 풍경이 있고, 사람이 나타나고, 길이 펼쳐지고, 건물이 있기도, 창이 있기도 하다. 그런 풍경을 나는 무심히 그린다.
인생은 쉽지 않다. 그러나 내게만 어려운 것은 아니다. 하루를 살면 하루만큼의 무게가 있고, 하루만큼의 피로가 있다. 그런 일상을 그리는 동안 나는 작은 것을 배운다. 하루만큼의 외로움에 대해 하루만큼의 불안에 대해 스스로를 다스리는 법을 배운다. 몰입과 이완을 반복하는 동안 그리고 그것을 감내하는 동안 조금씩이나마 스스로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그림을 그리는 일은 나에겐 일상이다. 무엇을 소리 높혀 외치기 보다는 그저 담담히 두고 갔다가 다음날 다시 꺼내보는 하루치의 삶이다. 그림의 소재를 구하는 일도 마찬가지이다. 휴대용 디지털 카메라를 늘 가지고 다니다가 나를 사로잡는 순간이 나타나면 그것을 포착한다. 그렇게 시작된 작업은 캔버스에 옮겨지면서 생략되기도, 다른 것과 오버랩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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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평론
사유와 현장 – 시선에 이끌리다. 이효연 작가는 자신의 시선에 머물던 기억들을 매번 반복하여 꺼내 들고,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기억의 편린들을 사유하며, 그 당시의 현상과 현장을 음미한다. 그 음미하는 방식의 모태에는 자신의 삶과 정체가 중첩되어 사유思惟하고 회유思惟하는 방식이 존재한다. 과연, 지금의 삶이 무식, 무의식적으로 무엇을 현실화시키고, 무엇을 지나친 채 기억으로 회자되는가를 되묻는다. 작가는 사유와 회유의 방식으로 기억의 풍경을 담아내고, 그 지점에서 어떠한 공감을 불러일으키게 되는가를 ‘그림에서 그림으로 읽히게 하고 싶은 욕망’을 꿈꾼다. 그림이 작가의 손을 떠나 얼마만큼 자유로운 사유를 가능하게 할지를 모르지만, 그림 앞의 현장에 머물며 사유하고 전달되는 공감의 상황은 매우 중요하다. 화면의 내러티브와 등장하는 요소들이 모두 독백의 아우성이 아닌, 작가와 그림과 현장의 관계 앞에 함께 머물던 ‘지금’의 현장성을 강조하며, 현장성 뒤로 이어질 기억의 사유를 통한 시선의 교감과 소통하고자 노력하는 것이다. 그림 속의 모든 요소들이 작가가 만든 장치라면, 그 장치들은 그들의 이야기를 만들어 서로의 시선에 이끌리는 공감의 현장을 만들게 되는 것이다. 작가의 그림으로 돌아가, 마치 방치된 궁전에서 뛰어 놀던 사심이 외부의 침입으로 소스라치게 놀라 미동조차 못하는 시선으로 바라보며 – 작가의 모습인 동시에 관람객의 모습이 – 대치되어 있는 상태, 즉, 소통이 단절된 서로의 공간에 침입한 경직된 현장과 사유가 가능한 시선에 교차하는 기장된 공감의 상태라 하겠다. 서로 관여하지 않는 낯선 이의 시선에 포착되어 조우하는 모습들은 시선에 이끌려 사유하고 가늠해나갈 수 있는 현장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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